정식명칭은 'Law&Order:성범죄전담반'. 일명 로앤오더 SVU인 이 드라마는 이름처럼 성범죄와 관련한 범죄들을 다루는 경찰들의 이야기다. 내가 여자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성범죄만을 다룬다는 설정이 매우 끌렸고, 그래서인지 1편부터 무척 재미있게 본 미국드라마(미드)다.

 그러나 시즌이 거듭할 수록 조금씩 지루해진다. 내가 워낙 형사물을 좋아해서 미드는 형사물 밖에 안 보는데, 그 이유는 형사들이 바로바로 나쁜 범죄자를 잡아들이며 끝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로앤오더는 그렇지 않다. 나쁜 놈을 잡아도 재판에서 바로 감옥에 못 보내는 경우도 많고, 그 재판이란 것이 너무나 지루하게 여겨진다. 법정드라마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차라리 이번에 시즌1이 방영 중인 '굿와이프'나 시즌 5까지 방영한 '보스턴리갈'처럼 대놓고 법정물이면 '이건 법정드라마'니까 하는 맘으로 볼 것이다. 그리고 법정드라마라고 모두 지루한 것도 아니고.(보스턴리갈은 매번 사회적인 이슈들을 다루긴 하지만 입싸움만 하는 것 같아 점점 지루해서 죽을 지경이긴하다. =_= 반면에 굿와이프는 괜찮다.) 

 

 로앤오더는 재판하는 과정 전까지는 볼만하다. 기껏 다 잡고도 재판 받는 과정에서 놓아주는 경우도 있고(굉장히 실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라면 할 말은 없지만, 지금 시즌 11인데 이 긴 세월 동안-11년이나!- 그와 비슷한 과정이 계속 반복되니 지루해 죽을 것 같다!), 순전히 단 한 명만을 지목하고 "그 사람이야"라고 확신하고는 재판에서 증거 없어 풀려나고, 증거 찾다보니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닌 경우도 있고.(이런 경우도 허다하다!!)

 

 처음에는 분명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시즌이 점점 길어져서 그런지 소재가 고갈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봐서 그런지 처음의 그 재밌던 느낌이 없다. 철저히 증거에 의존하는 'CSI'는 아니라고 해도, 너무 막무가내식으로 범인을 잡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주인공인 스테이플러 형사는 진짜 다혈질로, 자신이 맞다고 생각한 사람을 끝까지 몰아부친다. 맞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아, 볼 때마다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주인공에게 정 안 가는 건 나에겐 참 드문 경운데, 스테이플러 형사가 그렇다. 완벽한 인간상을 표현하지 않으려하는 연출자의 맘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보다는 차라리 음모론을 외치는 먼치 형사나 이성적이면서도 조금은 시니컬한 투투올라 형사가 더 맘에 든다.

 

 어떤 경우는 범인을 확실히 보여주지 않고, 다른 이야기로 끝이 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 사람이 범인이야, 아니야?" 또는 "그 사건의 범인은 어쩌고? 그 범인은 안 잡아?"라는 생각이 들게 한달까? 내가 이해를 못해서 범인을 범인이라 칭하지 않고 끝맺음을 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엄청난 드라마를 본 경험을 통틀어 끝을 제대로 못 맺었다고 본다.

 

 물론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드라마이긴 하다. 성범죄는 대다수 어린 시절의 성학대를 받아온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서 저지르는 경우가 많고, 성범죄에는 여자 뿐 아니라 남자, 어린아이들도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 그렇지만 남자는 동성애자나 원한, 정신 이상자들이 저지르는 범죄 때문에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에 비해 여자는 오직 '여자기 때문에'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린애들도 마찬가지고. 그런 거 보면 여자와 애들은 확실히 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피해자가 자신이 받은 그 피해 때문에 또 다른 가해자가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가해자가 무조건 나쁜 악당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정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렇기에 검사에게 무조건적인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인간적인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동성애에 대한 시각, 또는 편견이 달라졌다는 것도 이 드라마 때문이니 분명 나쁜 드라마는 아니지만 지루한 설정에 지루한 재판에, 11년이나 되었지만 조금이나마 변하지 않는 캐릭터(남주인공) 때문에 로앤오더의 빛이 바래지는 것 같아 아쉽다.

 

 현재 시즌 11이 진행 중인데, 이번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부터는 안 볼지도 모르겠다. 아쉽긴 하지만 이젠 끝을 내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막 내 맘대로 끝내라 하는 것이긴 하지만. ㅋ 미드들은 시즌제여서 좋긴 하지만 또 시즌제이기 때문에 지루한 드라마의 끝을 알 수 없는 것이 단점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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